사진없음

아랫박실동제

상세설명

동제는 많은 지역에서 이미 사라져 가는 민간신앙의 하나로서 마을의 단결과 안녕에 상당한 기여를 한 종교현상이며, 부족국가 시대 이래의 유구한 전통으로 내려오는 민중의 축제이다. 앞서 언급했던 민간신앙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동제 역시 미신이기 때문에 타파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경향이 짙고, 근대화 바람으로 거의 소멸되어 가는 실정에 있다.
이번호에서는 아직 옛 그대로의 모습을 거의 잃지 않고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안동군 임동면 박곡동 [아랫박실 동제]의 진행과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박실의 동제는 제관과 제물 차리는 사람이 함께 지내는데, 제물 차리는 집은 달리 명칭이 없고 그저 [차리는 집][채리는 집]이라고 부른다. 음력 정월 초닷새만 지나면 동네에서는 그해 동제를 맡을 수 있는 사람을 정하기위해 초열흘날 낮에 동네사람들이 모여서 생기가 넘치고 심신이 깨끗한 사람을 찾아 제관과 제물 차리는 집을 정한다. 이렇게 선정된 사람은 기꺼이 부름에 응하여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제비 마련은 동제답이 있어서 해마다 쌀이 나오는데 그 쌀로서 떡과 제물장만을 하게 되고, 열사흘날 저녁때가 되면 동구나무 주위를 깨끗이 청소해 쓸어 모은 나뭇잎과 지푸라기 등을 불로 태우는데 이것을 태우지 않고 집에 가져간다든지, 다른방법으로 없애게 되면 재앙이 온다고 생각하였다. 태우는 도중 연기가 솟아 동구나무 주의에 가득하게 깔리고, 이날 밤에 목욕도 하고 황토를 파오고, 금줄을 만드는데 이것을 짚으로 왼새끼를 꼬아 사이사이에 한지를 끼워야 한다.
박실은 해마다 48말의금줄을 준비하는데 금줄은 길이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동구나무를 뺑 둘러칠 만큼의 길이가 되면 된다고 한다. 이렇게 만든 금줄은 열나흘날 새벽에 동구나무와 돌무더기에치 게 되며 제관과 차리는 집 대문에도 치게 된다. 이때에 황토를 제관집과 차리는 집에서 동구나무 아래까지 한줌씩 뿌리게 되는데 길 가운데 뿌리기도 하고, 길 양 옆에 놓기도 한다. 제관과 제물 차리는 사람은 말을 삼가고 담배를 피워서는 안되며 정성을 모아, 동제만 생각하고 마음으로 기도한다. 동네 사람들은 열 이틀이 되기 전에 준비를 끝내고 열 이틀부터는 궂은 일은 해서는 안되며, 심지어 빨래조차 해서는 안된다.
제물준비는 열 나흘날 아침일찍 제관과 차리는 사람이 쌀을 가지고 방앗간에 가서, 소금 넣지 않은 백설기를 해오며 이때는 사람들이 보지 못하도록 새벽에 해와야 한다. 떡을 해오는 일외에 문밖출입은 일체 삼가야 하며 제관과 차리는 사람은 모두 남자이고 떡을 해오는 일도 이들 둘이서 하게 된다. 모든 음식은 소금을 넣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제물 준비는 모두 열 나흘에 이루어지게 되는데 미리 해놓으면 영험이 없어지고 부정하게 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즉, 제물은 좋은 것으로 금방 차려서 써야 동제지내는 보람이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음식 중 감주는 낮에 차리는 집에서 하게 되며 이것은 여자가 만들도록 허락되었다. 저녁때가 되면 제관과 차리는 사람은 임동장에 가서 소지와 참기름, 문어, 곶감, 물명태, 밤, 대추, 그리고 불종지로 쓸 그릇과 제물 담을 양동이 물, 밥그릇등을 사오는데 이때 좋은 물건을 사야함은 물론이며, 흥정도 하지 않고 달라는 대로 다 주고 사와야 한다고 한다. 갈때는 아는 사람을 봐도 모른 척 하고 옆 사람과도 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

열 나흘 한밤중이 되면 제관은 차리는 집으로 가서 정성드레 준비해 자시가 가까워 오면 제물을 가지고 동구나무 밑으로 간다. 음식을 차리는 집의 부인도 제물을 가지고 제관과 함게 갈 수는 있으나 금줄 안에 들어가서는 안되고 밖에서 기다려야 한다. 제물을 내려놓고 재관과 차리는 사람은 다시 동구나무 밑의 개울물에 목욕하고 제당에 음식을 차린다.
이때 음식은 가져간 그릇 채로 놓고 떡도 시루 채로 놓으며 밥은 밥그릇에 담지만 국과 감주는 양동이 채로 놓게 되고, 사지종지에 참기름을 붓고 한지를 꼬아서 심지를 박은 불종지에 불을 붙인다. 다음으로 절을 하는데 그 횟수는 정해져 있지 않으나 많이 할수록 좋다고 한다. 소지를 올릴 때는 [염시소지 올립니다]하고 절을 한다. 이때 소지 올리는 일은 제관이 하고 두 번째로 권씨, 김씨, 류씨, 우마계곈, 가축소지, 마지막으로 골맥이 소지를 올리면 제가 끝나게 된다. 제가 끝날 때쯤이면 동네에서 아들을 못 낳은 집이나 시험을 치뤄야 할 사람은 논둑및에 숨어 기다리다가 제가 끝나면 재빨리 불종지를 옷자락속에 감추어 집으로 가는데 이때 불이 꺼지면 안되므로 매우 조심한다.
불종지를 줍는 사람은 그해에 소원을 성취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날이 새기 시작하면 차리는 집에서는 동제에 쓴 떡과 과일을 한지에 싸고 어물을 싸서 얹어 짚으로 묶은 음복을 동네 사람 전원에게 돌린다. 그리고 재당과 차리는 집에 쳐 놓았던 금줄은 각기 걷어서 깨끗한 나무에 걸어 놓고 삭아서 떨어질 때까지 그대로 두게 된다. 이렇게 해서 박실의 동제는 끝이난다. 오랜 세월을 통해 볼 때 동제 역시 세태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고 현실에 따라 편리 위주로 간소화되어 가는 것은 사실이나, 동제를 통해 마을의 번영과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의 일치, 즉, 금기를 함께 지키면서 마을 사람의 일체감을 형성했다는 사실은 되새겨 주지해 봄직하다.